중국의학의 기원 상한론, 금궤요략, 온병 서평 시리즈
ID: acuexpo1 11/02/2017 [16:20]
Category: 칼럼 Read: 494

18C 일본 에도시대의 의가 요시마스 토도(吉益東洞)는 편작(扁鵲)과 같은 성인(聖人)에 의해 한의학이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어찌 보면 『황제내경(黃帝內經)』과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 그리고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과 같은 원전(原典)은 한의학의 시작과 함께 갑자기 나타난 듯 보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위대한 선조-성현(聖賢)-가 만든 것은 아닐까? 후대의 사람들이 경외의 눈빛을 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중국의학의 기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혁신과 창의성의 원천을 ‘연결하는 것’ 이라고 설명하였다. 애플이 아이폰의 모든 부품을 스스로 개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손에 들어오는 사용하기 편리한 컴퓨터’라는 개념이 정립되자 우리가 현재 접하는 세상이 만들어졌다.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어찌 보면 혁신이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가치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한의학에도 그러한 혁신의 시기가 있었다. 폭발과도 같은 혁신이 일어난 그 시대, 그 시대가 바로 중국의 한나라 때이다. 그리고 그 혁신의 결과물이 바로 『황제내경』, 『상한잡병론』, 『신농본초경』이다.

『중국의학의 기원』은 바로 이 혁신의 과정을 1999년, 야마다 케이지가 이 책을 펴낸 시점까지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해낸다. 이 과정에서 ‘성인이 만들어낸‘ 한의학의 이미지는 철저하게 부정된다. 『황제내경』은 황제파(黃帝派), 소사파(少師派), 소유파(少兪派), 기백파(岐伯派), 백고파(伯高派)가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황제학파(黃帝學派) 논문의 집대성으로, 『상한잡병론』은 탕액파(湯液派)라고 할 수 있는 유파의 약물요법 체계화의 성과물로서, 『신농본초경』은 채약자(採藥者)들이 그 지식과 기술을 신농(神農)에서 시작한 것으로 스스로에게 권위를 부여한 결정체로서 이미지화된다.

저자는 수많은 자료, 특히 한대 백서(帛書)와 죽간(竹簡)을 통해 얻은 정보로서 이러한 혁신의 과정을 재구성해낸다. 이 과정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지역과 사회의 영향 속에서 점진적으로 지식이 형성되고 변화하다가 특정한 순간 결집되어 혁신적 결과물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지식의 기초는 곧 ‘실천적 지식’이다. 실제 사람을 해부한 기록, 채약사들이 수집한 약물의 효능, 약물의 제형을 변화시키고 처방을 투약해가면서 얻은 그 지식이다. 이것은 현대의 우리들이 실천적 지식을 통해 의학을 공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탕액과 본초의 기원에 대해서 야마다 케이지는 한대(漢代) 『마황퇴(馬王堆)의서』중 『오십이병방(五十二病方)』과 『무위한대의간(武威漢代醫簡)』의 시간차에 대해 논한다. 그는 『오십이병방』의 성립연대를 대략 기원전 3세기 중반인 전국시대 후기로 둔다. 이 책의 처방들은 단미가 대부분으로서 극히 단순하다. 『무위한대의간』은 후한(동한)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에 수록된 처방은 우리가 현재 보아도 쓸 만큼의 방제조성을 지닌다.

그는 이 두 의서 성립의 시간 차이에 주목하여 그간의 처방 발전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또한 본초에 대해 논하며 전한-후한을 가르는 왕망 시대에 아마도 『신농본초경』이 성립되지 않았을까 추론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자연히 『오십이병방』과 『무위한대의간』 사이의 처방의 질적 차이에 『신농』의 성립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론하여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은 그와는 다를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이 책은 성실한 추론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1999년보다 이후인 2012년에 쓰촨성 노관산(老官山)에 있는 서한시대의 분묘에서 죽간들이 발굴되었다. 이 중에 주목할 것이 『육십병방(六十病方)』이라는 의서이다. 이 책은 전한(서한)초기, 고조~무제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병증 기술 방식은 風痺, 血痺, 消渴, 溫病, 癲, 등 현재 『상한론』, 『금궤요략』 및 후세에 정리된 방식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십이병방』이 총 처방수 189방 중 110방이 단방으로 총 비율 60%를 점유하는 것에 비해 『육십병방』은 복방(2개 이상의 약물로 구성된 처방)이 77%로서 주축을 이룬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상한론』과의 연계성으로서, 156번 治山病方의 처방이 桂枝, 乾薑, 芍藥, 棗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즉 감초가 빠진 계지탕(桂枝湯)과 같다는 것이다. 야마다 케이지는 『오십이병방』을 약물학 발전 과정상 초기의 저작으로 생각하였지만, 중국학자들은 이 책을 민속의 용어로 적혀진 단방집에 불과하다고 파악하며, 의학 전문가들의 저작은 바로 이 『육십병방』으로 생각한다.

『육십병방』은 후한 말 『상한잡병론』까지 계승되어 이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七略, 方技略』에서의 분류 가운데 ‘경방(經方)‘ 의 실체이다. 즉 탕액을 사용하는 유파가 후한말, 중경의 시대에야 비로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야마다 케이지의 생각처럼 탕제가 널리 보급되지 못하였기에 일반에게 약제를 대표한다고 인식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의학 전문가 집단에서는 지역적 보급의 정도차는 있지만 어느 정도 지금 보아도 탕약을 사용한 쓸만한 경험이 쌓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전한시기에 쓰여진 『육십병방』에서는 약도 술과 함께 먹는 등, 술이 많이 쓰이기는 하였다. 이것이 후한으로 넘어가면서 사용빈도가 적어지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다. 즉 료례(醴)에서 탕약(湯藥) 으로의 중심축 변화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야마다 케이지의 '중국의학의 기원'이 가진 한계점이다. 시간적인 한계로 인해 이 책이 쓰여진 이후 발굴, 연구된 성과는 다룰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납득 가능한 성실한 추론을 해 냈다. 그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더라도 그의 연구 성과, 혹은 그의 연구 방법론을 토대로, 우리는 ‘성인이 한의학을 만들어 냈다’고 하는 성현사관(聖賢史觀)이라는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한의사 이원행 (대한동의방약학회 학술국장, 일산 화접몽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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